2009년 10월 01일
20090930.
구월의 마지막 날이다. 어제 나는 중요한 시험 하나를 끝내서 참 기분이 좋았다. 좋았던 것은 아침 일찍 시험을 봐버렸기 때문에 어제 하루를 마음껏, 여유롭게 즐길 수 있는 오롯한 나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제 점심은 요즘 통 집에서 밥을 먹은적이 없어 엄마랑 밥을 먹고 싶었다. 그래서 그가 다니는 운동 센터 근처에서 같이 밥을 먹었더랬다...
그보다 며칠 전, 나는 그가 받은 건강검진에서 무언가 이상 소견이 있다는 것을 알고, 이상 소견이 있던 사진을 보았었다. 내 짧은 전공지식으로 보아 그다지 좋게 생기지 않은 모양새였다. 하지만 그 이후 더 자세한 검사를 했고, 그와 그의 남편 - 아빠 - 은 나에게 결과는 괜찮다고 말하였었다. ... 그들은 나에게 거짓을 말했었던 것이었다.
물론 그가 지금 가지고 있는 질병은 의학지식으로는 완치를 시킬 수 있는 질환이지만, 그 충격은 예상외로 훨씬 컸다. 그리고 이번 충격은 서서히, 서서히 엄습해오고 있다. 병원에서 아무리 비슷한 환자를 봐도 들지 않는 공포는, 결국 내 주변 내 가족에 와서야 그 공포가 느껴지는 것이다.
조금 오래 전, 친구들과의 술자리에서 심리테스트 하나를 한 적이 있다. 그 심리테스트에서 나는 부모를 가장 마지막까지 잡고 있을 거라고 한 친구가 말해주었다. 물론 그 자리에서는 그렇지 않다고 말했지만, 지금에 와서야 확실히 알 수 있을 것 같다. 그들이 나를 사랑했던만큼, 그들을 나도 포기할 수가 없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정도가 친구들이 그들의 부모를 생각하는 것보다 더욱 나에겐 큰 의미였을테고.
부모를 벗어나서 자신의 삶을 열어나가는 것이 더욱 더 큰 사람이 되는 것임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그러한 틀의 부모를 벗어나는 일과 그들의 소중함을 느끼는 것은 다른 층위의 문제이다. 그들이 상실될 수 있다는 공포가 실재로 다가오는 것이 무엇보다 두렵고 무섭다. 너무 무섭다.
# by | 2009/10/01 02:20 | 3rd diary | 트랙백 | 덧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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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부모의 상실이 현실로 다가올 때의 고통은 조금 다른 것 같습니다. 막상 다른 이들이 가족을 상실하는 것은 많이 지켜보았었고, 또한 무덤덤했는데, 역시나 나의 일로 다가오니 저도 다른 모습을 보이기는 어렵고, 다만 엄마님께서 계속 계셨으면 좋겠다는 마음뿐이었습니다.
보잘것 없는 글을 읽고, 그냥 지나치셔도 되는데 이렇게 댓글을 달아주셔서 감사합니다 :)